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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일하면 왜 미안해?

  ㅅ백화점 6층 아동복 매장에서 일하는 박아무개(40)씨는 “예전에 목동 ‘행복한 세상’이라는 매장에서 직원이 앉아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고객들이 이걸 못 받아들여서 결국 나중에 의자를 다 치웠어요. 여기 의자가 두 개 있지만, 앉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에요”라고 말했다. 다른 의류 매장에서 일하는 이아무개(28)씨는 “저희 매장은 직원이 4명입니다. 의자도 두 개가 있죠. 사실 4명 모두 종일 서 있을 필요는 없어요. 4명 중 2명이 서서 고객 응대를 하면 다른 1명은 앉아 있는 것도 합리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인데, 그런 게 불가능해요”라고 말했다. 이씨는 “컴퓨터 전산 작업을 할 때도 앉아서 하면 집중도 잘될 텐데…”라며 말을 흐렸다.

       한겨레21, [인권OTL] 여성 노동자는 앉고 싶다 [2008.07.25 제720호] 중 발췌
  작년 이맘 때쯤 한겨레21에 실린 글입니다.  당시 이 글을 보고 기업주들 참 야박하다라는 글을 썼었는데 오늘 동네 대형마트에 갔다가 또 보고 느낀 게 있어 한 마디 적으려고 합니다. 그간 위 이야기가 언론에 몇 번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 같더니 근래에 들어 몇몇 대형마트 계산대에는 의자가 비치되었더군요. 문득 실제로 앉아서 일하는 직원은 얼마나 될까 싶었습니다. 심야에는 앉아 있는 직원들도 더러 있긴 했습니다만, 제가 마트에 간 시간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일요일 오후라 그랬는지 슬쩍 둘러봐도 앉아서 계산하는 직원은 없었습니다. (물론 바쁘다고 꼭 일어서서 일하란 법은 없습니다. 일례로 제가 미국에서 들른 어느 마트에서는 직원이 의자에 앉아서도 잘하더군요.) 

  계산된 물건을 주섬주섬 챙기며 문득 앞을 보니 눈에 잘 띄는 위치에 팻말이 하나 있었습니다. 대충 요약하자면 "직원들 건강을 위해 의자를 배치했다. 고객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양해 바란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계산대에 직원 의자를 배치한 것과 고객의 불편과는 무슨 관계일까? 고객의 쇼핑을 방해하는 위치에 있지도 않을 뿐더러 계산대 안쪽에 놓여있는 작은 의자인데 왜 죄송해야 할까? 직원이 앉아서 계산하면 고객이 기분 나빠하는 걸까? 뭐 이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제가 마트에서 본 직원용 의자는 등받이가 없어 앉아 있어도 왠지 불편할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의자 하나 놓았다고 해서 캐셔들의 근무환경이 크게 개선되는 것은 아닐테지만 차라리 팻말에 '우리 마트는 고객의 편의 뿐만 아니라 직원의 건강까지 챙긴다. 앞으로도 직원들이 고된 업무에 시달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습니다. 마치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로 '직원용 의자 = 고객 불편의 원인'의 관계가 성립된 듯 보입니다. 직원이 앉아 일해서 불쾌하다 혹은 불편하다 라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대형 마트를 이용하는 고객 중에 워킹맘을 비롯 일하는 여성이 상당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직원용 의자를 이해하지 못 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혹자는 앉아서 일하는 것은 고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도 합니다. 그럼 은행 직원이나 보험 상담원, 항공사 직원들은 어떨까요? 그들이 의자에 앉아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일하느냐에서는 차이가 분명 있습니다만, 넓게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들과 대형 마트 직원들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의 중요도나 직원의 신분 여부 즉 캐셔이기 때문에 앉을 권리에 차별을 두는 것은 마치 화이트칼라가 먹는 쌀밥은 블루칼라는 먹지 말라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요? 대형 마트에서 일하든 은행에서 일하든 백화점에서 일하든 직원들은 근무 환경 개선의 일환인 직원용 의자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직원들이 앉아서 일하는 것이 왜 죄송한지, 직원들도 정말 죄송해 하는지 아니면 말 뿐인 죄송인지, 의자에 마음대로 앉아서 일하게 하긴 하는 건지, 근무 환경 개선 의지가 있기는 한 건지 의자를 놓은 대형마트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덧, 2007년 The Washington Post에 Marc Fisher가 쓴 'Taking a Stand So That Others Might Sit'를 추가합니다. 몇 년 전 일이지만 미국도 우리 나라 상황과 크게 다르진 않은 모양입니다. 직원들이 앉아 있으면 마치 일을 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If people saw that, a lot of people would wonder, 'Are these people really working?')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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